김원자의 성화습작2

2020. 5. 5. 18:46ART & ARTISTS

우연한 기회에 성화에 꽂히다

 

3월이 되고 새 학기가 시작될 무렵, 우연히 광주가톨릭대학교 앞길을 지나가다가 평생교육원 강좌안내를 보게 되었다.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 교회미술이란 글자가 눈에 들어왔고 그것이 흔히 말하는 성경의 스토리를 그림으로 형상화하는 성화작업을 배운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가톨릭 신자도 아닌 내게 종교미술, 혹은 성화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는 것은 그 만큼 내 상황이 혼란스러웠고 여기서 헤쳐 나갈 길을 막연히나마 찾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망설임 없이 등록을 했고 강좌는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고등학교시절, 미술부활동을 끝으로 본격적인 그림공부를 해본 적이 없으나 막연히 언젠가 기회가 되면 그림을 그려야지 하는 생각은 떠나지 않고 있었던 게 적당한 계기를 만났다고 해야 할까?

 

 

아니 그 전에 잠시 펜션을 운영했던 보길도에서 윤해남이란 중견화가를 이웃으로 만나 그의 화실을 들락거렸던 기억이 성화그리기라는 구체적 주제를 만나 나를 설득하고 있었다. “결정해, 지금이야 바로!”

어언 이 작업을 계속해온지 3년째다. 정규습작공부 외에 화우들끼리 여러 번의 여행과 스케치행사를 가지면서 두 번의 전시회도 치렀다. 비록 전 사회적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만 지인들을 초청해 그림을 보여주자 깜짝 놀라는 이들도 많았다.

아니, 언제 이렇게 성화작품을 많이 한거야?” “한 점 보내줘!” 이럴 때 나는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순간과 기억들이 녹아있는 하나하나의 작품들을 쓰다듬어보곤 한다.

내가 즐겨 그리는 작품들의 소재는 두 가지다.

첫째는 성경의 유명한 스토리들이다. 예수가 살아계시던 당시 그가 상대했던 민중들은 대부분 지식계층이 아니어서 비유를 써서 쉽게 이해하도록 했다. 그래서 성경에는 선한 사마리아인이라든가 한 마리 어린양을 찾아서’, 혹은 혼인잔치의 포도주같은 재미있는 스토리들이 한없이 이어진다. 그림의 소재가 빈곤한 초보화가에게 소재의 창고는 가득 가득 차 있다.

소재도용? 저작권침해? 아니다. 역사적으로 얼마나 많은 화가들이 성경의 소재를 이모저모로 우려먹었는가?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서부터 최후의 만찬, 요한계시록까지 그 숫자를 다 열거할 수가 없다.

두 번째는 보다 더 구체적인 성인들의 모습이다.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익숙한 성인들의 이름이 내게는 다소 생소하지만 그래도 성모마리아나, 성녀 테레사, 성프란치스코 같은 이름은 이미 알고 있다.

 

 

성프란치스코의 일화는 성화그림의소재로 세계 많은 이들이 즐겨왔으며 내게도 여전히 흥미롭다. 그가 설교를 하면 그의 어깨와 발밑에 새들이 모여들어 경청했다는 스토리는 얼마나 환상적인가? 나는 또 소돔과 고모라의 멸망 장면이나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후 실망해서 흩어지는 제자들의 모습도 생생히 떠오른다. 왜냐하면 그 제자들의 실망하는 모습이 바로 나의 모습이기도 했으니까.

세 번째는 우드커팅 채색조각이다.

우드커팅채색 조각이 무슨 말인가 하면 나무에 조각칼로 이미지를 새긴 후 부조 느낌이 나게 칠하고 칼로 다듬는 것이다. 이 부조기법의 하나가 의외로 성화작업에서 큰 효과를 보이는 것은 이콘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콘은 4세기 이전부터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세상에 전하는 시각화된 성경이자 공경의 도구로 성모 마리아나 그리스도 또는 성인들을 그린 그림이나 조각을 말한다. 역사적으로 신학적 논쟁과 부침을 겪었던 비잔틴 이콘과 모자이크, 프레스코 화는 오늘날 거기에 표현된 그리스도의 원형에 경의를 표하는 영적 도구로서 널리 그 가치가 인정되고 있다. 이콘 느낌이 나게 고재 나무판에 그림을 그리고 다듬는 그 시간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성경의 스토리는 드라마틱해서 즐거웠고 성인, 성녀들의 모습을 떠올릴 때면 그들의 이타적이고 성스런 모습이 나의 방황과 혼란을 잠재워주는 좋은 영양제가 되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 사이에 나의 우울증은 사라지고 잔잔한 평화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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